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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는 열렸는데, 감사는 왜 바뀌지 않았을까?

2025-08-08

– 인피니트헬스케어 임시주주총회 결의무효·취소 소송의 쟁점

1. 임시주주총회는 열렸지만, 주주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2025년 6월 23일, 인피니트헬스케어(이하 ‘회사’)의 임시주주총회가 소수주주들의 적법한 소집 청구에 따라 개최되었습니다. 소수주주들은 기존 감사인 박우칠의 해임과 신청인 허권의 감사 선임 안건을 상정하고, 이를 가결시키기 위해 약 220만 주에 달하는 전자위임장을 제출하였습니다. 해당 위임장은 전자서명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작성된 적법한 전자문서였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위임장 전체의 효력을 정당한 사유 없이 전면 부인하였고, 이에 따라 전체 의결권의 약 9%가 집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 결과 박우칠 해임안은 부결되었고, 허권 선임안은 표결조차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반면 회사 측이 상정한 정관 개정안은 가결되었는데, 그 내용은 감사 자격 요건을 과도하게 강화해 소수주주의 감사 추천·선임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정관 개정안에 대한 가결 결의가 왜 위법한 결의로서 무효인지, 그리고 감사 해임안 부결 결의가 왜 중대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취소되어야 하는지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2. 정관 개정안 가결 결의는 왜 무효인가 – 제1-3호 안건

가. 감사 자격요건을 제한한 정관 개정의 실질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가결된 제1-3호 안건은 감사 자격요건을 정관으로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개정된 정관에 따르면 감사로 선임될 사람은 반드시 회계법인 근무 경력 1년 이상, 상장회사 감사 경력 3년 이상을 보유해야 하며, 타 법인의 상시 업무에 종사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요건은 외견상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도 연 2,200만 원의 보수를 받고 상근 감사직을 맡을 수 있는 인물은 극히 드뭅니다. 결국 이 개정안은 소수주주의 감사 선임·해임권을 사실상 차단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 정관 자치의 한계를 넘은 위법한 결의

상법은 회사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정관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법령이나 사회질서에 반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이번 정관 개정은 이러한 한계를 벗어난 것입니다. 상법 제542조의12는 감사 선임·해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여, 소수주주의 참여를 보장하려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은 감사 자격 요건을 지나치게 강화하여, 소수주주가 감사 후보를 제안하거나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실상 막아버렸습니다.

이는 정관 자치라는 이름으로 소수주주 권리를 봉쇄한 것이며, 결국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은 위법한 결의입니다. 따라서 그 효력이 인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3. 감사 해임안 부결 결의는 왜 취소되어야 하는가 – 제2호 안건

가. 소수주주 측 전자위임장을 위법하게 일괄 배제한 회사의 조치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부결된 제2호 안건은 기존 감사인 박우칠을 해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표결 결과, 출석 주주의 찬성 주식 수가 법정 의결 요건에 미달하였다는 이유로 부결되었지만, 그 과정에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였습니다.

소수주주 측은 약 220만 주에 해당하는 전자위임장을 제출하였으며, 해당 위임장은 본인 인증, 전자서명, 접속 IP, 작성 시각 등이 전자적으로 기록되어 있어 그 작성 경위와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문서입니다. 사용된 전자서명 플랫폼 또한 국제 보안 인증을 받은 시스템으로, 상장회사에서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수준의 기술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추고 있어 전자문서의 진정성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전체 위임장을 무효 처리하며, 감사 해임안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었습니다. 회사는 위임장 무효의 근거로 ▲정관이나 법령에 전자위임장 사용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 ▲전자서명 플랫폼의 공신력 부족, ▲동일 서체 사용이나 기재 오류, ▲진정성 확인의 어려움 등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련 법령의 취지에도 반하는 주장입니다.

나. 전자위임장 무효 처리, 그 법적 평가는?

상법 제369조 제1항은 주주는 주식 1주당 1개의 의결권을 가지며 이를 위임을 통해 행사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위임 방식은 종이 문서에 한정되지 않으며,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전자서명법 등은 전자적 방식의 위임도 허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다수의 상장회사에서 전자위임장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정관에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일부 전자위임장에서 나타난 형식상 오류의 경우 회사가 제공한 주주명부에 주민등록번호나 생년월일 등 주요 식별 정보를 누락한 데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로, 작성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측면이 큽니다.

또한 작성자가 주주가 아닌 경우 등 일부 위임장에 대해서는 회사와 소수주주 측이 사전에 무효 처리에 합의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기존 합의와 달리 정상적인 위임장까지 포함해 전자위임장의 효력을 전면 부인하였고, 이는 결의절차상 중대한 하자에 해당하므로, 이에 영향을 받은 주총 결의사항은 취소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다. 부결결의에 대한 취소는 왜 필요한가

부결된 결의를 취소하면 해당 안건이 곧바로 가결된 것으로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의 취소란 위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결의를 무효로 돌리는 제도로, 부결이 곧 가결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안건이 다시 정당한 절차에 따라 판단될 수 있도록 법적 상태를 되돌리는 효과를 가집니다.

법원 역시 원칙적으로는 부결 결의에 대한 취소를 인정하지 않지만, 그 부결이 중대한 절차적 위법에 기초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주주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취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회사는 감사 해임 안건을 위법하게 부결시켰고, 이로 인해 소수주주가 임시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삼고자 했던 감사 선임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권리침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제2호 안건에 대한 부결 결의는 취소되어야 합니다.

4. 맺으며

이번 사건은 회사가 소수주주가 제출한 전자위임장의 효력을 정당한 사유 없이 부정하고, 감사 선임을 사실상 차단하는 방식으로 정관 개정을 추진한 사안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수주주들의 의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습니다.

주주총회는 주주가 회사의 운영을 감시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요구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인 만큼, 그 결의는 절차가 공정하고 내용이 정당해야 합니다. 이번 소송이 그 원칙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