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사태를 통해 보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슈
2025-03-26
메릴린치증권 주식 리서치팀 출신 기업법무 전문 변호사인 이규성 변호사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경제적·산업적 함의를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과거 홈플러스를 인수하여 진행했던 일련의 경영 활동과 그 결과를 보면서,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될 경우 기업과 우리나라 광물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MBK의 홈플러스 인수와 경영 실패 – 구체적 사례 분석
MBK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MBK의 경영은 홈플러스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 가치와 시장 신뢰를 급격히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1) 부동산 자산 수익화 및 유동화 중심의 경영 전략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 유동화를 통해 투자금 회수에 주력했습니다. 특히,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약 4조 113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자산 매각 대상에는 홈플러스의 핵심 점포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국 매출 1위로 알려진 부천 상동점과 매출 5위권에 들던 안산점 등이 매각 대상이 되었으며, 이들 점포는 각각 폐점되었거나 폐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6년 MBK 인수 당시 홈플러스 매출은 약 7.9조 원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4년에는 약 6.7조 원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과 국가경제 성장이 있었음에도 매출이 10년전에 비해 15% 하락한 것이고, 이는 점포 폐쇄와 온라인 시장 확대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합니다.
매출이 감소되다 보니 영업이익도 자연스럽게 하락하였습니다. 2016년 영업이익은 약 320억 원으로 양호한 수준이었으나,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2020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영업지표는 악화되는 가운데 차입금은 2020년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약 8.5조 원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는 MBK의 레버리지 인수 전략과 자산 매각 후 재임대(S&LB) 방식으로 인해 발생한 구조적 문제를 반영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직관적으로 볼 수 있듯, MBK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매출과 수익성 모두 악화되었으며, 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재무적 어려움은 홈플러스가 최근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게 된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2) 점포 축소 및 고용 불안정 심화
MBK 경영 하에 홈플러스는 전국 점포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으며, 그에 따라 수 많은 정규직 및 협력업체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홈플러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MBK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이는 서비스 품질 저하와 소비자 이탈로 이어졌다고 주장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MBK 인수 이후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은 점포와 직원을 줄인 대형마트입니다. 지난 2015년 9월 인수 당시 142개였던 홈플러스 점포 수는 2025년 3월 기준 126개로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이마트·롯데마트 점포 수가 각각 2개, 6개 줄어든 것과 대비됩니다.
직원 수도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사업장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 대비 2024년(12월 기준) 홈플러스 직원 수 순감 규모는 6,079명입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5,604명, 롯데마트는 3,570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MBK의 자산 매각 전략이 홈플러스의 영업장 폐쇄 및 직원 고용 감소로 이어진 것을 그 숫자로 볼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 방식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향후 MBK의 다른 기업 인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MBK는 홈플러스 사례에서 단기적인 수익성은 일시적으로 제고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매출 성장성, 고용 창출성, 유통 네트워크, 물류 효율성 등 유통업 근본 경쟁력 평가지표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3) 장기 전략 부재와 무리한 투자금 회수 시도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약 7조 원의 자금을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 2025년 3월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였습니다. MBK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투자금 회수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임직원, 거래처, 그리고 회사채 투자자들에게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 상거래 채권 관련 거래처 피해: 기업회생절차에서 공익채권에 포함되지 않은, 즉 회생절차 개시 20일전 이전의 상거래 채권은 상환 순위가 밀리게 됩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이 대금을 제때 변제 받지 못하면 자금경색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 회사채 투자자 피해: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신청 직전까지 약 6,000억 원 규모의 단기 금융 채권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규모는 약 2,000억 원에 달합니다. 이러한 채권은 기업회생절차상 회생채권으로 분류되어 상환 우선순위가 낮아, 투자자들이 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 고려아연의 근본적 사업 구조와 MBK와의 부조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안정된 수익 구조를 보유한 대한민국의 기간산업 기업입니다. 고려아연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기술 중심의 보수적 경영, 환경안전 중심의 설비투자 전략,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의 원재료 조달 시스템은 단기 수익만을 좇는 사모펀드의 운영 방식과 근본적으로 상충됩니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할 경우, 홈플러스 사태와 비교해 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기술투자 축소와 환경설비 지연
고려아연은 매년 수천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CAPEX)를 통해 환경 기준을 준수하고 제련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고려아연은 아연, 연, 동 정광 내 포함된 극소량의 희소·희귀 금속(인듐, 텔루륨, 안티모니 등) 12가지를 추출하는 독자적인 통합공정을 운영합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제련소에서는 폐기되는 잔재물에서 추가적인 금속을 회수함으로써 자원 활용도와 수익성을 극대화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 이익률을 높여주는 아연-연-동 통합 공정은 고려아연만의 독자적인 기술입니다. 또한 온산제련소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로 조업 프로세스 개선과 에너지 효율 증대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여 영업이익율을 높여왔습니다. 고려아연은 2024년 연간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10.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대규모 제조업에서 두 자리 수 영업이익률은 흔하지 않습니다. 이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투자와 R&D의 산물입니다.
한국신용평가의 2025년 2월 보고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19년부터 2024년 9월까지의 다음 표와 같은 CAPEX투자를 집행하였습니다.

그러나 MBK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이러한 지속적인 CAPEX 투자보다는 회사자산의 유동화 및 비용 절감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MBK는 고려아연 인수 후 다시 회사를 재 매각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고려아연의 기술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2) 인력 구조조정 및 핵심 인재 이탈
고려아연은 고도로 숙련된 기술 인력이 생산성과 직결되는 산업입니다. MBK가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홈플러스 경영과정에서 보여줬던 인건비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으며, 이는 숙련된 인력의 이탈로 이어져 생산 현장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3. MBK의 고려아연 인수는 ‘중간 경유지’에 불과합니다.
MBK의 경영 방식상 고려아연 인수는 ‘장기 보유’가 아닌 ‘단기 수익 회수 후 매각’을 전제로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MBK는 사모펀드 특성상 일정 시점에서 투자금 회수(exit)를 전제로 움직이며, 그 수단은 대체로 기업 분할, 구조조정, 자산 매각, 제3자 매각 등입니다.
만약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된다면, 단기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조치를 취한 후 또 다른 사모펀드나 외국계 자본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고려아연이 단순한 사기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광물 관련 기간산업의 핵심 회사중 하나입니다.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는 자본이 아니라, 산업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할 경영진이 회사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홈플러스 사건을 통해 MBK의 책임론이 대두된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그 전철을 밟게 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우려가 듭니다.
고려아연이 경영진의 오판으로 근본적인 사업경쟁력을 잃어버리면,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도 줄어들어 결국 수많은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지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경영진의 주주친화적인 경영방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회사가 사업을 잘하여 주주에게 돌려줄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4. 결론
MBK의 경영권 확보 시도는 단순한 투자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광물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결된 사안입니다.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은 그동안 소수주주들에 대한 주주환원에 대해 인색하고, 미흡한 점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실제 고려아연 주가는 10년전인 2015년3월에 40만원대였고, 2024년 영풍과의 경영권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50만원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동안 고려아연의 경영진이 장기적인 기술 중심 경영을 바탕으로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 확보를 통해 회사의 수익성을 높여온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외부 자본에게 우리의 국가 기반 산업을 맡겨도 되는가에 대한 답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은 회사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운영하여 발생한 수익을 회사의 모든 주주들과 공평하게 나누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