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정 상법에 대해 알아보자
2025-07-23
1. 들어가며
드디어 상법 개정안이 공포되었습니다. 2025년 7월 3일 상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19일만입니다.
이번 상법 개정은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과 소수주주 참여권의 실효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해 초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상법 개정이 무산되었으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보다 보완된 형태로 다시 국회와 행정부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여야 간 논의를 거쳐 ▲ 이사의 주주 이익 보호 충실 의무 도입, ▲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 독립 이사 제도 도입 등이 반영되었고, 기존 상법에서 3% 의결권 제한 적용 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합산 원칙이 적용되지 않던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에게도 이 합산 원칙이 적용되도록 개정되었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은 공포 후 즉시 시행되며,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는 2027년 1월 1일부터, 독립이사제도 및 3% 의결권 제한 확대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됩니다.
한편, 당초 원안에 포함됐던 ▲ 대규모 상장회사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 감사위원 분리 선출 대상 확대(1인→2인 이상)는 이번에는 여야 합의로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공청회를 통해 추가 논의를 거칠 예정이므로 추후 입법 진행 상황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이 소수주주에게 보장한 강화된 권리가 어떻게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2.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회사만이 아니라 주주까지’

이번 상법 개정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이사의 충실의무가 이제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명시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입니다.
종전 상법은 “이사는 회사에 대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규정하고 있어, 회사 자체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주주들이 피해를 주장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법원도 기존에는,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서 회사에 대해 선관의무와 충실의무를 부담할 뿐, 회사와는 별개의 존재인 주주들 개개인에 대해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보아, 원칙적으로 이사가 주주들에게 충실의무를 지지는 않는다는 태도를 취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으로 상법은 “이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공평히 대우해야 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는 앞으로 경영진이 계열사 합병, 분할, 자사주 거래 등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의사결정을 할 때, 전체 주주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거나, 유상증자로 소액주주 지분이 희석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소수주주들이 주주대표소송이나 직접소송 등을 통해 이사의 책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입니다.
또한, 이제 법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되면서, 앞으로 이사가 주주에게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지에 관한 법적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물적분할 후 분할회사의 상장, 불공정한 합병 비율,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나 자사주 처분, 소수주주 축출과 같은 자본거래나 조직재편 결정에서, 기존 실무 관행에도 상당한 변화가 요구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정 상법의 문구만으로는 이사가 구체적으로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앞으로 학계와 실무에서의 논의, 그리고 판례를 통해 점차 해석이 정리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사외이사 → 독립이사 전환과 의무비율 상향: 명칭만 바뀐 것이 아니다

두 번째 변화는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제도가 이제 ‘독립이사’로 바뀌면서 명칭만 바뀐 것이 아니라, 독립이사가 실제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주주이익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과 책임이 대폭 강화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사외이사는 서류상으로만 ‘외부 인사’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최대주주나 경영진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사회 안에서 독립적으로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독립이사는 단순히 외부 인력이 아니라, 사내이사·집행임원·업무집행지시자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회사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건이 법에 명문화되었습니다.
이로써 주주가 독립이사 후보자의 경력과 이해관계 등을 철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주주제안을 통해 독립성이 부족한 후보의 선임을 반대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더욱 명확해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4. 감사위원 3%룰 확대: 독립이사 선임·해임 시에도 적용

세 번째 변화는 상장회사의 감사위원회를 통해 최대주주가 내부통제를 사실상 장악할 수 있었던 구조를 차단했다는 점입니다.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개정 전 상법에 따르면 위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에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주식을 합산하지 않고 각각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부분의 회사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택하여 최대주주의 영향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앞으로는 사외이사(독립이사)인 감사위원 선임·해임 안건에도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로써 행동주의 펀드나 소액주주 연합은 대주주와 맞서 감사위원 후보를 직접 추천하고, 그 후보의 선임안을 관철시킬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나아가 소수주주는 분산된 지분을 결집해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진과 협상하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대주주의 독주를 구조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하고, 소수주주가 경영 감시와 견제를 실질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가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영되도록 만드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5. 전자주총 의무화: 실시간 참여를 통한 의결권 행사 및 투명성 강화


네 번째 변화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전자주주총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상법은 주주총회를 반드시 현장에서만 참석할 수 있도록 규정해 왔기 때문에, 해외 거주자나 먼 지역의 소액주주들은 현실적으로 총회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웠습니다. 일부 상장회사가 전자투표나 온라인 중계를 시도했지만, 주주들은 화면으로 지켜보기만 할 뿐 실시간으로 표를 던지거나 경영진과 의견을 나누기는 어려워 대부분 ‘참관형’에 그쳤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전자주주총회에 원격으로 출석한 주주도 현장에 직접 출석한 것으로 간주됩니다.주주총회 소집통지를 할 때에도 전자주주총회를 연다는 사실 및 구체적인 출석 방법 등을 반드시 안내해야 하고, 회의가 끝난 뒤에는 의사 진행과 의결 내용 전반을 기록으로 남겨 5년간 보존해야 합니다. 주주는 이 기록을 총회 종료일로부터 3개월 동안 본점에서 열람할 수 있어 의결권 행사 과정의 투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전자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실시간으로 안건에 대해 질문하고 의견을 밝히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주들의 참여권 및 정보 접근성 강화는 주주총회를 기업지배구조의 핵심 통제장치로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6. 맺으며
이번 상법 개정안은 앞으로 기업의 구조개편, 투자, 전략, 재무, IR(주주관계) 등 거의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특히 이사가 단순히 회사 이익뿐 아니라 주주 이익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가 새로 명시되면서, 경영진은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한층 더 신경 쓸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의사결정에서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 의무가 실제로 지켜졌는지 주주가 직접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주주대표소송이나 배임 고발 등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됩니다.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로 주주총회 참여 문턱은 낮아지고, 독립이사 제도 강화로 이사회 구성의 투명성과 견제 기능도 높아집니다. 주주들은 의결권 행사뿐 아니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와 IR 과정 전반을 더 꼼꼼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문제를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됩니다.
이번 개정으로 한층 강화된 주주권은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권리를 스스로 지키고 제대로 활용할 때, 기업은 주주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